to. 빈 님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은 고아 소년이 갈만한 곳은 정해져 있다. 고담시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에 맡겨진 여덟살의 딕 그레이슨은 다행히도 날 때부터 축복받은 몇 가지 재능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어떤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성이었다.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도울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어떤 분위기에도 섞여 들어가는 친화력, 위트있는 말솜씨는 고만고만한 고아원 아이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고, 누구 하나에게 애정을 편향되게 주게 될까봐 조심스러워하며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는 고아원의 교사들마저도 어느새 딕 그레이슨이라는 남자아이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16살이 된 딕은 고아원 원장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 대대로 유서깊은 명문가의 집사를 배출해온 영국의 집사 교육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딕이 고아원을 떠나던 날 딕을 아는 모든 아이들이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면서도 어디에 가서도 그 환한 웃음을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해주었다. 3년에 걸친 집사 학교 교육은 엄하고 단조로웠다. 한군데에 머물러있길 힘들어하는 십대의 나이였지만, 코스 요리를 배우고, 테이블 매너를 익히거나, 교양있는 말씨를 사용하는 법, 집 주인의 친구들을 관리하는 법 등 배워야할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딴짓할 시간은 없었다. 원래부터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고 스스로도 노력한 결과, 3년 기간의 교육 수료를 마칠 때 딕 그레이슨은 수석으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인 집사를 양성하는 학교가 유지될 정도로 아직까지 집사에 대한 수요가 있느냐는 질문엔, 놀랍게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세월에 걸쳐 기틀이 닦인 유럽이나 미국의 명문가라면 이미 몇대에 걸쳐 그 집안을 섬기는 충성스런 집사 가문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국, 중동, 러시아 쪽의 신흥 부자들은 자신들도 품위있는 귀족 행세를 해보고 싶은 허영심에 외형부터 어떻게든 채우고 싶어 했다. 그러한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영국에선 집사 교육 학교에서 교육받길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면 수석 졸업생인 딕에게도 제안이 들어왔는가. 보통의 경우, 집사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이라면 바로 여러 명문가에서 컨택이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명문가의 집사란 몇 년 하다 그만 두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거의 일생을 바치는 종신직에 가까웠다. 그 덕분에 공석이 나기도 어려운 직업군이기도 했으며, 오랜 명문가라면 현재의 집사가 이후에 자신이 은퇴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후계자를 골라 교육시켜두곤 했다. 따라서 딕 그레이슨의 경우, 명망있는 명문보다는 신흥 부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해야 했지만, 여기엔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딕 그레이슨이 지나치게 미남이었다는 것이다.


 갓 스무 살이 된 딕 그레이슨은 꿈결같은 푸른 눈에 밤하늘처럼 어둡게 일렁이는 흑발의 청년으로 자라났다. 다정한 눈빛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는 목소리는 누구라도 한번에 매료시킬만 했으나 공교롭게도 그게 가장 문제였다. 남색에 대한 독특한 관념을 갖고 있는 부호가 아닌 한, 막상 딕 그레이슨을 학교장에게 추천받은 사람은 한시간에 걸친 인터뷰만으로도 딕에 대해 충분한 호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자기 집 지붕 아래로 불러들이고 싶어하진 않았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고 아름다운 20살 연하의 아내에게 배우처럼 빼어난 외모의 집사를 붙여주길 바라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의 부호라고 해도 딕의 모습을 보고 나면 곤란한 듯 교장에게만 넌지시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저 청년은 우리 집에서 평생을 일하긴 어려울 것 같군요. 저런 미남이라면 저택의 살림을 돌본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화려하고 남들의 주목을 받는 업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남을 돌봐주길 좋아하고 자신이 만든 요리를 기쁘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길 좋아하는 딕 그레이슨으로서는 억울할 정도의 오해였지만, 누구라도 딕의 얼굴을 본다면 단순히 거실 의자에 앉아 마른 행주로 은식기를 닦는 일이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기에 섣부른 판단을 내린 몇몇의 부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집사 학교에서 최근 5년 이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딕 그레이슨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잘생긴 용모 때문에 오히려 취업하지 못하고 근처의 빵가게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 때 쯤 의외의 장소에서 구원이 왔다. 딕에게 연락해온 것은 딕을 집사 학교로 추천해준 고담시의 시립 고아원 원장이었다. 딕의 앞길을 열어주었던 은인은 고담시에 자신이 아는 상류층 집안이 있는데 거기서 집사를 구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워낙에 조건이 좋아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에 응했지만, 그 집 남자 주인이 대단히 까다롭기 때문에 몇개월 간 적임자를 찾지 못하던 차에 그것을 들은 원장이 마침 딕 그레이슨이 집사 학교를 졸업할 시기라는 것을 떠올리고 연락한 것이다. 벌써 23명의 지원자가 퇴짜를 맞고 터덜터덜 돌아간 걸로 보아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아는 딕 그레이슨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며, 나이든 원장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딕 그레이슨이란 소년에 대한 믿음이 묻어나는 따스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어쩐지 목이 조금 메어서 딕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이튿날, 딕은 런던발 고담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담시에 가는 것은 3년만이었다. 여전히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고담시. 이곳에서 딕은 부모를 잃고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 고담 항공에 내린 순간, 폐부를 찌를 듯 한 매캐하고 습한 공기를 마시며 고향에 돌아온 기분을 느낀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딕 그레이슨의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도 고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정을 주기엔 힘든 도시라고, 딕은 쓴웃음을 지으며 넓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공항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몇 년만에 돌아온 것치고는 꽤나 단촐한 차림이었지만, 애초에 물건에 집착하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캐리어 하나엔 딕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건이 다 들어 있었다. 딕은 공항 버스 터미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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슨딕) 뻘 잡담

썰/未完 2014.07.18 02:01

 *

 슨딕인데도 딕이 자기 무릎 탁탁치면서 여기 좀 앉아보라고 불렀음 좋겠다. 유기농 오가닉 쥬스 마시던 슨이는 순간 미간 퐉 찌푸리고 딕 째려보는데 딕은 그저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고. 슨이 체면에 딕 무릎에 앉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몸으로 덮쳐누르면서 딕 눕혀놓고 귀 깨물깨물했으면 좋겠다. 제이슨은 왠지 덩치가 커도 고양이 같은데 딕은 웃고있어도 엄청 강력하고 위험한 맹수 느낌이 남.


 *

 제이슨이 딕에게 반했는데 죽을 때까지 좋아한다고는 한마디도 못 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저택에 없던 날 딕이 예전에 쓰던 방에 들어가 가만히 눈 감고 벽에 기대서 남아있는지도 희미한 섬유냄새 맡으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으면. 소년의 비밀스런 첫사랑 느낌으로.

 다시 살아났을 땐 라자러스핏 때문에 분노라는 감정이 나머지 감정 다 살라먹고 남은 건 앙금같은 찌꺼기뿐인데 예전에 딕을 좋아했던걸 잊어버렸으면서도, 지금은 좋아한다거나 생각조차 못 하는데도 딕한텐 묘하게 약해져서 어깨 쏠 거 걍 바닥 쏴버리고 그랬으면


 *

 딕이 슨이 침대에서 아침에 부스스 잠옷 바지벗고 바지 입다가 그대로 다시 잠들었음 좋겠다. 양치질에 아침준비까지 다 하고 얘 왜 안 나오나 보려고 침실 들어온 슨이가 딕이 팬티에 허벅지내놓고 무릎까지 청바지 걸친 자세로 엎드려 자는 거 보고 굳었으면.  딕이 심지어 고개는 베개에 처박고 타조처럼 엉덩이는 위로 쑥 내민 자세로 꼴사납게 고롱고롱 코까지 흘려가며 자는데 그 흰 면팬티에 낡아빠진 헐렁한 진 입은 모습에도 꼴려서 아 내 이번생은 망했구나 실감하는 슨이 보고싶다


*

 제이슨이 겉이야 끄뉵끄뉵한 싸나이지만 나름대로 소녀감성에 꿈도 많았던 남자라 딕한테 코꿰이고나서 사귀는 거 비슷하게 하면서 나름 로망인 무릎베개 해보려고 딕 무릎 베어봤는데 딕 허벅지가 장난 아니게 딴딴하고 높아서 목만 결리고 1분도 안 편했으면.


 *

 같이 살 때 슨이가 딕 팬티까지 빨았음 좋겠다. 팬티보고 야한 생각이 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미간 찌푸리고 신데렐라도 언니속옷은 안 빨았었을 거라고 담배 푹푹 피면서. 근데 니 속옷 니가 빨라 할 수 없는 게 딕은 그냥 물에 슉슉 빨고 끝내는데 제이슨은 무조건 속옷은 삶아야지;;; 어떻게 그냥 입을 수 있냐는 야마토나데시코급 현모양처감이기 때문에 그냥 자기가 다 빨았으면. 딕은 양말 뒤집어서 아무데나 팽개쳐놓을 것 같다. 양말 구겨진 거, 넥타이 팽개친 거 구석에서 굴러나오고. 평소에도 잔소리 좀 하긴 했는데 혼자살던 버릇이 있어 그게 안 고쳐져서 슨이도 걍 반은 참고 살았는데 어느 날 헬멧 안에서 딕이 신던 양말 튀어나와서 레알 빡침.


 *

 슨딕으로 제이슨이랑 딕이랑 사귀는데 갑자기 빌런빔 맞는 바람에 딕 혼자 어린애가 되는 거 보고싶다. 

 제이슨이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침대 이불이 불룩함. 아 디키버드 먼저 쳐자고있구만 싶어서 피묻은 옷 벗고 샤워도 하고 양치까지 끝낸 다음에 티셔츠랑 팬츠만 입고 불끄고 침대로 들어가서 이미 자고있는 딕 발로 데굴 굴려서 자리 확보하고 눕는데 따뜻한 체온이 옆구리에 데굴 굴러왔으면. 픽 웃고 눈 감는데 뭔가 향긋하고 갓 구운 빵같은 딕 냄새는 맞는데 묘하게 설익은 때니까. 막 로빈 시작한 열 살 모습. 빌런빔 효과가 천천히 진행된 거라 딕은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잠든 거면 좋겠다. 소년 딕이 새근새근 잠자고있는 모습에 제이슨은 잠시 굳었다가 인상 썼다가 후 하고 결국 딕이 잠 깨서 눈도 못 뜨고 찌푸리며 몸 일으키겠지.

 왜... 왜?

 딕이 제이슨 올려보며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짜증스레 묻는데 왠지 본인 목소리가 어색하다? 시선도 더 낮아진 것 같기도 하고. 딕이 의아해하며 자기 손 내려보는데 손바닥이 고사리손. 허벅지가 가늘어. 멍하게 슨이 올려보자 슨이도 미간에 주름 그리고 자기 보고있음. 

 나...?

 슨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딕은 벌떡 일어나 거울앞에 섰음. 제이슨은 이미 총 내려놓고 딕이 당황해서 거울보고 자기 모습 확인하며 얼굴 더듬거리는 꼴 보고있음. 아 역시 몰랐구만. 슨이가 혀를 참. 암튼 길어지니 대충 스킵하면 딕이 빌런빔 효과가 삼일 지속된다는 걸 알고나선 태평해짐. 그리고 심지어 제이슨을 유혹하기 시작함.


 *

 양수인딕이 슨이 앉혀놓고 소꿉놀이를 하면서 방긋방긋 웃으며 장난감으로 식사도 내오고 포크도 놔주고 슨이 목에 목받침도 둘러주는데 회사갔다 들어오던 데미안이 성큼성큼 들어가다 그거 보고 딕 앞에 가서 나름 놀아준답시고 나는 스테이크, 하고 주문했는데 양수인딕이 슨이 앉혀놓고 소꿉놀이를 하면서 방긋방긋 웃으며 장난감으로 식사도 내오고 포크도 놔주고 슨이 목에 목받침도 둘러주는데 회사갔다 들어오던 데미안이 성큼성큼 들어가다 그거 보고 딕 앞에 가서 나름 놀아준답시고 나는 스테이크 하고 주문했는데 애들 놀이세트엔 피망, 당근, 양파, 햄버거 이런 모형 장난감밖에 없어서 딕이 허둥지둥 찾다가 사색이 된 얼굴로 파들파들 떨면서 데미안 앞의 모형접시에 뒹굴 누웠으면 좋겠다. 데미안도 제이슨도 할말을 잃고..


 *

 캬라멜 시럽 세 번 넣은 프라푸치노 먹는 제이슨이랑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 마시는 딕이 데이트하는 거 보고싶다


 *

 제이슨이 역시 난 너 뿐인가봐 다 필요없어 하고 울면서 브루스한테 상처받고 술 거나하게 취해서 한밤중에 집에 찾아오는 딕 술버릇  때문에 집이 층간소음에 부실공사에 짜증나는데도 이사 못 갔으면 좋겠다


 *

 제이슨이 딕을 좋아하는 건 상상이 가는데 딕이 제이슨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건 잘 안 생각나서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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