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딕) 결혼식

썰/完 2014.07.18 01:59

 그날은 딕 그레이슨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어야 했다. 장밋빛 상기된 뺨에 생기있는 눈동자, 아름다운 머리칼의 신부를 맞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신부는 아름다웠다. 타마란의 외계인 공주부터 어릴 때 좋아했던 연상의 배트걸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미인들을 접해온 딕 그레이슨이 드디어 가정을 꾸리겠다고 마음 먹을만큼은 예뻤다.



 까지 썼는데 새벽에 연성하려니 너무 귀찮다. 암튼 요약하면 딕이 결혼식 올리려는데 양쪽 다 정말 친한 사람 20명씩만 초대한 나름 간소하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장이 피바다가 됐음. 신부와 딕이 나란히 주례 앞에 섰고 이야기를 듣고있는데 뒤의 문이 덜컹 열리며 바깥 빛이 들어오더니 남자 여럿이 실내에 기관총을 마구 쏴제끼며 하객들 다 쓸어버리고 비명과 신음 속에 새하얀 버진 로드를 마구 구둣발로 짓밟고 성큼성큼 들어와 신부를 보호하듯 가리고 서서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는 딕의 앞에 섬.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이 나이든 주례의 이마에서 피를 뿌리게 하고. 고교시절 은사였던 주례가 죽는 것에 비명을 지른 신부는 동시에 다른 남자들의 손에 머리채가 잡혀 끌려나오고 딕은 신부를 구하려고 했지만 몸이 잡힌 채라 속수무책으로 눈앞에서 신부가 윤간당하고 살해당하는 모습을 꼼짝없이 지켜봤으면 좋겠다. 딕이 괴로워하다못해 입술을 깨물다 터져 피가 흐르고 주먹안으로 손톱이 파고들고 마구 비명을 지르며 고함을 치는데 그런 딕을 가만히 바라보던 괴한들의 우두머리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마스크를 딕 앞에서 벗는데 20대 중반 정도의 준수하고 무뚝뚝한 얼굴. 데미안...? 딕이 확신없이 중얼거렸으면. 넌 분명히 10살 때 헤레틱에게 살해당했는데... 성인이 되어 돌아온 데미안은 지독히 무표정이고 가라앉은 음울한 시선으로 딕을 바라보다가 그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고 기절시켰으면. 그리고 이제는 피가 묻어 지저분해진 근사한 턱시도 차림의 딕을 자기 어깨에 걸치고 이제 시체만이 가득한 처참한 결혼식장에서 걸어나왔으면 좋겠다.

 뭐가 보고싶었냐면 나중에 데미안이 딕을 강제로 끌고와 어쌔신리그의 자기 쉘터에서 안고나서 한참후에 딕이 표정조차 없이,


 넌 날 순식간에 불행하게 만들었어, 하필 가장 행복해져야 했던 결혼식 날에...


 이러고 이를 악무니까 성인 데미안이 장기간의 감금으로 예전보다 앙상해진 딕의 벗은 어깨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면서 잔잔한 미소를 띠고


 그렇네. 그냥 네가 아이를 가질 때까진 기다려줄 걸 그랬어. 그레이슨의 이름을 단 애라면 난 그애가 누구라도 사랑해줄 수 있었을 거야,


하며 딕 끌어안은 채 담담히 속삭여서 딕이 소름 확 끼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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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

브루딕) 열병

연성/完 2014.07.18 01:53

브루딕 단문



 늦가을, 계절 모르고 피어난 꽃이 다음날 해가 뜰 때면 이미 추위에 시들어버릴 것을 짐작한 것처럼 찰나를 살듯이 사랑했다. 적어도 브루스에 대한 내 마음은 그랬다. 눈을 한 번 감는 동안 브루스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눈 깜박이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여겨서 브루스와 있을 때면 눈이 금방 건조해지곤 했다.


 열 살 소년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으레 어른들이 짓고마는 그런 미소는 내게 어떤 감흥도 주지 않았다. 그네들의 연애사와 내 마음은 다른 선상에 있었다. 단순히 좋아한다, 사랑한다 하는 말로 감정을 설명하기 힘들었던 나는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라고 느꼈다. 난 브루스가 좋고, 좋고, 좋고, 너무 좋아서 만약에 신에게 소원을 딱 하나 빌 수 있다면 브루스와 나를 빼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느낀 그 마음은 달콤한 한때라기보다 혹독한 천형같아서 열 살의 나는 가끔씩 내 마음이 버겁고 무거워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이기도 했다. 누굴 이렇게 좋아해본 적 없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의 경험담이나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얘기는 나한테 조금의 참고도 되지 않았다. 잡은 손이 떨어지기만 해도, 시야에서 없어지기만 해도 속상하고 하염없이 서러워지는 건 의존증의 범위도 앳저녁에 벗어났다. 


 어느 날 고열에 들떠 하루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못 한 내 옆에 앉아 독어로 된 책을 읽던 브루스는 이따금씩 손을 뻗어 내 이마의 물수건을 갈아주곤 했다. 나는 숨죽이고 훌쩍이다 몸이 아픈 걸 핑계삼아 애처럼 칭얼거렸다. 


 브루스가 너무 좋아서 아파요.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말에 브루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가에 미소를 담았다. 네가 아직 어려서 착각하는 거란다. 그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나는 그 말이 서러워서 열에 들떠 시야까지 불투명한 주제에 눈에 눈물을 그득 담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저씨가 딱 내 반만큼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저씨도 알텐데. 아무리 튼튼하고 건강한 아저씨라도 하루 아침에 앓아 누워서 누굴 좋아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달을 텐데. 나는 하루 종일 브루스 생각만 난단 말이에요. 아냐. 아냐. 아니에요. 브루스는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말아요. 내가 브루스 대신 다 아플게요.


 열에 들떠 헛소리처럼 잔뜩 쉬어터지고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색색대는 숨소리와 함께 말을 쏟아내자, 브루스는 커다란 손을 뻗어 내 입을 막아버렸다. 쉬이 쉬이. 애 어르듯이 달래며 내려보는 브루스의 손을 치우는 대신 나는 도리어 눈을 감아버리곤 양손으로 그 손을 쥐고 브루스의 손바닥에 열에 달뜬 볼을 치댔다.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딕, 너를 어쩌면 좋을까. 푸념같은 중얼거림 끝엔 짜증보단 느슨하게 풀린 웃음이 섞여있었다. 늘 브루스에게 모든 신경과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브루스에 대해서라면 뭐든 예민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브루스가 나를, 나처럼 필사적이고 조급한 방식은 아니라고 해도 딱 그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걸 그 한숨소리를 들은 순간 알았다.


 배시시 웃으며 눈을 감자 혀차는 소리가 이어 들렸다. 놀랄만큼 갑자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바짝 마른 입 안에 군침이 감돌고, 몸도 떨리지 않았고, 팔마디도 더 이상 얼얼하지 않았다.


 저택에 온 지 2년, 나는 한 뼘이나 컸다. 나는 내가 자라나는 만큼 아저씨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졌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기분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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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

딕이 로빈하다가 어느날 브루스에게 자기 그만둔다고 이야기하고 히어로활동 접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런 생활에 지쳤다면서. 브루스는 크게 분노하고 실망해서 더는 딕 보고싶지 않아하고 나갈 필욘 없지만 딕은 간단히 가방만 꾸려 저택을 떠나고 브루스도 안잡음. 


그렇게 일년 후 브루스는 제이슨 로빈을 받아들이고 딕에 대해선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아예 연락 끊었음. 분노와 배신감이 시간이 지나도 안사라짐. 제이슨은 조커에게 죽지 않았고 틴타활동을 하며 레드후드로 독립.

이후 팀이 들어오고 로빈이 됨. 브루스는 딕에 대해선 아무하고도 얘기안함. 슈퍼맨이 딕에 대해 물어봐도 묵살함.


그러던 어느날 알프레드가 조심스럽게 리차드 도련님을 이만 용서하셨음 좋겠다고 이야기함. 처음엔 저항감 들었지만 미움만큼 그립기도 해서 못 이긴 척 알프레드가 알려주는 곳으로 감. 거기에 훌쩍 컸지만 여전히 잘생겼고 보기 좋은 딕이 있었으면.


(생략)


암튼 딕이 조니뎁처럼 서서히 시력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거 감추려고 떠나는 내용이었지만 금방 접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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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