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는 오래되고 강력한 온혈흡혈귀, 그 아들 데미안 웨인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피를 빤 적이 있어서 냉혈흡혈귀지만 지금은 개심, 팀은 세이렌, 제이슨은 늑대인간

*연반설정




웨인가의 저택에 들어간 아이 중 돌아온 사람은 없어. 으레 어둡고 오래된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로 사람들이 쉬쉬하며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소문이 없더라도 높은 동산 위에 위치한 웨인저택은 낮에도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데가 있어서 그 동네에 사는 어린애들 중 웨인가의 사유지에 들어가는 아이는 없었다. 그때까지는.

웨인저택에 얽힌 수많은 소문들을 떠올리며 검은 머리 소년, 딕은 옛날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의 궁전처럼 우중충한 저택 정문을 올려보곤 침을 삼켰다. 지하실에 사람 잡아먹는 식인귀를 키운다는 소문을 믿을 만큼 어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괴담들에 완전히 자유로울만큼 성숙하진 못한 나이였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딕은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떠올렸다. 딕은 망해버린 할리 서커스단의 소유주였다. 딕이 받은 서커스단은 재산이라기보다 단장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한테 떠넘기고 간 짐덩어리에 가까웠지만 딕은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매일 열심히 늙은 서커스 동물들을 돌보고 낡은 놀이기구를 손보았다. 하지만 서커스단이 자리잡은 공터는 웨인가의 사유지였고, 삼일전 관리인에게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유일한 단장이자 단원인 여덟살 소년은 이 상황을 해결할 돈도, 법적 지식도 없었다. 어차피 놀려두는 공터니까 저택 주인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부탁하면 되겠지. 세상 모르는 아이의 발상이란 겨우 그 정도였다. 

딕은 옷 트렁크에서 가장 단정해보이는 셔츠와 반바지를 꺼내입고 멜빵까지 맸다. 머리는 물을 묻혀 뒤로 전부 넘겼다. 이만하면 돌아가신 엄마도 자랑스러워하실 모습 같았다.

사실 딕은 굉장히 긴장해있었다. 소문 무성한 웨인 저택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어린애를 보면 지팡이를 휘두르는 괴팍한 노인만 아니면 좋을 텐데. 

딕은 침을 꿀꺽 삼키며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저택의 노집사가 나왔다. 

"미리 약속하고 오셨습니까?"

"아뇨."

"주인님께는 무슨 용건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집사는 딕을 흘끗 보곤 소년을 정중히 응접실로 안내했다. 

"주인님은 잠시 회사 일로 외출하셔서 곧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아무 것도 만지지 마시고 다른 방에도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간단한 간식을 가져다준 집사는 몇 번이고 당부한 후에 사라졌다.

딕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지만 남의 집에서 맘대로 돌아다니는 예의없는 아이는 아니었다. 




귀찮으니까 여기부터 썰로. 




딕이 혼자 소파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며 과자 오독오독 씹어먹는데 갑자기 창 밖에서 무거운 게 질질 끌리는 소리와 크릉거리는 짐승 소리가 들림. 딕은 조심스레 밖을 내다봤음. 거기에 커다란 늑대가 발목에 매인 덫 때문에 피를 줄줄 흘리며 정원을 천천히 걷고 있었음. 딕은 놀라서 숨을 삼키며 얼른 창문 뒤로 숨음. 근데 늑대가 바닥에 철푸덕 쓰러지는 소리가 들림. 

딕은 잠시 시계를 보고 고민하다가 후다닥 나와 정원으로 나감. 아까전 자리에 늑대는 없었지만 피가 바닥에 줄줄 흘러 자국을 남기고 있었음. 딕은 핏자국을 따라감. 분수대 앞에 누운 커다란 회색 늑대가 혀를 빼물고 물을 할짝대고 있다가 딕의 발소리를 듣고 이를 드러내며 크릉거림. 보통 아이같으면 집채만한 늑대에 놀라 벌써 도망갔겠지만 딕은 서커스단의 맹수들을 돌보고 교감하는데 익숙해져 이런 늑대를 봐도 전혀 겁먹지 않았음.

"발목에 덫을 풀어주려고 그래."

딕이 침착하게 말했고 늑대는 여전히 크릉거렸지만 딕이 천천히 원을 좁혀 다가오는 것에 더 적대감을 내보이진 않았음. 아주 늦은 속도로 딕이 늑대의 지척까지 왔을 때 늑대는 딕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숙였음. 딕은 긴장하면서 손을 뻗어 늑대의 상처입은 왼쪽 앞발을 건드렸음. 늑대가 펄쩍 뛰며 으르렁댐. 그치만 나이든 사자를 키우고있는 딕에겐 '널죽여버리겠다닝겐'이 아니라 '살살잡아씹새야' 같은 뉘앙스 차이가 들려서 안심하면서 조심조심 덫을 잡아 벌려 늑대의 발을 풀어줬음.

상처는 매우 깊고 아파보여서 딕은 자기도 모르게 윽 하고 질린 소리를 냄.

이제 발이 자유로워진 늑대가 고개를 들고 딕의 목덜미를 확 잡아 물었음. 상처내지 않게 살짝 물었다 놓은 늑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원 깊은 곳으로 달려가버렸음.

딕은 조금 얼떨떨한 심정으로 응접실에 돌아옴. 손에 늑대의 피가 잔뜩 묻었는데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서 손을 씻을 수도 없었음. 손이 지저분해져서 과자도 못 먹고 딕이 멀뚱거리며 있는데 우당탕 소리가 나며 성큼성큼 발소리가 가까워짐. 

갑자기 문이 확 열리고 넥타이를 풀며 날카로운 인상에 머리가 짧은 남자가 들어와 딕을 아래위로 훑어봄. 

"네놈이 아버지를 찾아온 녀석이냐?"

사내가 성난 얼굴로 딕을 노려보고 눈이 마주쳤을 때 딕은 뱃속이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음. 아까 거대한 늑대를 보고도 태연하던 딕은 그대로 기절함 




"아 미친 형새끼야 어린앨 괴롭혔냐?"

"괴롭히긴 무슨, 손가락 하나 안 댔는데 저 쥐좆만한 애새끼 혼자 넘어갔거든?"

"뻥까시네! 인간아인간아 철 좀 드세요. 게다가 어린애보고 못하는 소리가 없네."

막 목소리높여 싸우는 소리가 들림. 딕은 푹신한 침대에서 정신을 차림. 

"쉿, 애 일어났다."

차분한 목소리도 들려옴. 눈을 떴을 때 딕의 옆엔 휠체어에 앉은 하얀 피부의 청년이 있었고, 그 앞엔 아까 딕이 보고 기절한 덩치큰 남자랑 사납게 생긴 긴 후드티의 고등학생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음. 이상하게 아까만큼 무서운 기분은 들지 않았음. 

둘째 팀이 몸은 좀 괜찮냐고 물어와 고개를 끄덕임. 아마 이 사람이 이곳에서 가장 상냥한 사람 같아서 마음이 놓였음. 연이어 제일 키 큰 남자 데미안이 못마땅한 얼굴로 딕에게 왜 여기 왔냐고 물었고 딕은 브루스 웨인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말함. 

"뭔데? 나한테 말해봐."

자기가 브루스의 아들이라며 데미안이 나섬. 딕은 자기 사정을 얘기했고 아직 여덟살밖에 안 된 애가 서커스단을 맡아 혼자 살고있단 말에 다들 놀람. 

"안 됐네, 좀 살게해줘라."

눈매 사나운 고딩 제이슨이 아까부터 왼쪽 소매에 가린 손목을 문지르며 툭 내뱉음. 제이슨은 성깔있어 보였지만 아까부터 은근히 딕에게 호의적으로 굴고있었음. 보통 타인에게 까칠한 제이슨 답잖은 태도에 데미안은 딕 손에 말라붙은 피를 힐끗 보고서 상황을 파악했음.

하지만 가장 상냥해 보이는 팀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함. 

"사정은 딱하지만 그렇게 모두의 사정을 봐줄 수는 없어. 아무 대가도 없이 웨인가에 손을 벌리는 사람은 많아. 그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진 못해."

"그치만..."

딕은 우물거리다 입을 다물었음. 데미안은 못되게 생긴 얼굴에 비해 잔정이 많은지 팀이 어린애에게 딱 잘라 거절하자 본인도 놀란 표정으로 팀을 돌아봄. 제이슨은 아예 대놓고 '와, 인간도 아냐' 하는 시선임. 하지만 딕이 쓰고있는 땅 임대료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분명했음. 여태 쓴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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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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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딕) sweets

연성/完 2013.12.01 20:52
*딕른 교류회 판토 리퀘로 쓴 데코플
*DC comics 숲딕
*연반설정
 
 
 


 갸름한 턱에 아직 젖살이 덜 빠진 동그란 볼, 커다란 푸른 눈동자의 아이가 입을 열었다.
 
  "숲스."
 
 아이의 눈은 생기있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명랑한 아이는 그 동그란 머리 속에 늘 이런저런 수십 가지 기발한 생각들을 보물상자처럼 감춰두고 있곤 했다.
 자그마한 입술이 달싹이며 다음 말을 이어 내뱉는 모습, 남자는 그 모습에서 작은 경이로움까지 느끼며 아이가 속삭이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아니 사실, 그는 지금만이 아니라 언제나 아이의 숨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뭐든 말해보렴. 네 부탁이라면 뭔들 못 들어줄까. 네 작은 고사리 손 가득 우주에서 갓 따온 반짝이는 별조각을 쥐어다주랴, 이곳저곳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네가 달리다 넘어져 무릎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네 발 밑에 지금껏 인류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드높은 절벽의 만년설을 가져다 융단처럼 포근하게 깔아주랴, 네 두 눈과 똑같이 닮은 보석을 찾아 네 귀에 걸어주랴. 남자는 아이의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기분 좋게 즐기며 말없이 미소지어 보였다.
 
 "케이크 만드는 거... 도와주지 않으실래요?"
 
 하지만 이어 나온 부탁이란, 언제나 그렇듯이, 남자의 예상 범위를 한참이고 벗어났다.
 
 다음날이 브루스 웨인의 생일이라고 아이는 말했다. 딕은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그렇게 되묻자, 아이는 동그란 눈을 즐거움으로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스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알피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스럽고, 데미안은 세상에서 제일 세요! 팀은 제일로 잘생겼고, 또, 제이슨은 어어엄청 용감해요. 남자는 즐겁게 자기 가족 자랑을 늘어놓는 아이의 모습을 웃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딕의 뺨이 또 새빨개졌다. 아이는 눈을 크게 뜨는가 싶더니 금세 시선을 내리깔았다. 뺨 위로 긴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운다.  
 
 딕은 자그마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나빠요. 제일 나빴어요."
 
 지금까지 딕에게 언성 한 번 높인 적 없고, 손 한 번 든 적 없는 남자로서는 황당한 말이었다. 여태 그는 웨인 저택에 찾아갈 때마다 브루스의 차가운 시선을 모른 척 하며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커다란 손 가득 과자와 젤리 따위를 잔뜩 챙겨갔으며 셋째 제이슨과 싸우다 분해서 씩씩대고 있을 땐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준 적도 잦았다.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기억력으로 자신의 과거 행적을 전부 되짚어봐도 아이에게 원망받을 일은 단 하나도 한 적이 없는데 나쁘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호인인 클락이라도 억울할 수밖에 없다.
 
 "딕, 내가 뭔가 잘못한 일이라도 있니?"
 
 클락은 보통 사람보다 너그럽다거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단 평가는 종종 들었으나 눈치 빠르고 세심하단 평가는 들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로선 딕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아이를 타박하기보다는 자신이 미처 배려하지 못한 부분에서 뭔가 미움받을 짓을 했거니 생각이 들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입술을 꾹 다물곤 고개를 돌렸다.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딕의 손은 클락의 팔을 꼭 부여잡은 채다.
 클락에겐 절대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 단호한 대답에 클락은 조금 서운해졌지만 천성이 따스한 사람답게 이번 케이크 만드는 작업을 도우면서 잃어버린 점수를 만회해야겠다는 낙천적인 발상 쪽으로 금세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생크림을 묻힌 아이의 손가락이 자신의 뺨에 닿아오는 모습을 클락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마음만 먹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대륙을 횡단해 다녀올 수 있는 남자였기 때문에 어린애의 동작 정도는 늘어진 비디오마냥 느릿하게 보였지만, 남자는 고개를 틀어 손가락을 피하는 대신 제 볼에 보드라운 촉감이 닿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는 클락의 볼에 생크림을 묻히고는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저씨 얼굴에 생크림 묻었대요! 자기가 생크림을 묻혀놓고 깔깔대는 짓궂은 모습에 클락은 딕의 허리를 단숨에 안아들고 다른 손에 생크림을 찍었다.
 
 요망한 장난꾸러기의 얼굴에도 생크림을 묻혀주려고 하던 클락은 멈칫했다. 딕은 숨도 멈추고 클락을 올려보고 있었다. 아이의 몸이 바짝 굳어 남자의 팔에 들려 있었다. 커다랗게 뜨인 눈동자에,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 가쁘게 들썩이는 가슴에 당황한 클락은 어른답지 못하게 반격하려고 했던 것이 민망해져 생크림이 묻은 왼손을 등뒤로 감추며 딕을 내려주었다. 
 
 바닥에 다시 내려선 딕은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몸을 돌리곤 아무 말도 없이 빵 위에 크림을 얹었다.
 
 클락은 머쓱해져 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부엌에 있는 작은 의자에 커다란 덩치의 몸을 적당히 구겨 앉았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선 딕의 숨소리는 여전히 천식에 걸린 사람처럼 새근거렸고 이쯤에서 클락은 딕의 호흡기, 혹은 자그마한 심장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딕의 심박은 다른 사람들보다 빨랐고 체온도 미열이 있는 것처럼 높았다. 브루스는 딕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안 그래도 저 작은 체구로 방어엔 조금의 도움도 안 되는 얄팍한 코스튬을 입고 밤 거리에 나서는 것이 걱정되는데.
 
 지금까지 배트맨의 곁을 따르던 역대 사이드킥들과 달리 딕은 '로빈'이라는 자신만의 히어로명을 고집했다. 몸을 보호하는 단단한 특수섬유 재질의 코스튬 대신, 최대한으로 몸을 가볍게 만드는 디자인을 원했고 그 단호한 브루스를 끈질기게 설득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까지 했으니 보통 꼬맹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클락은 약간의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딕의 허리부터 발목까지 이어지는 선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얇은 다리로, 저렇게 작은 발로 어떻게 총알 앞에 몸을 내던지며 범죄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거지. 브루스가 처음 자신의 아들 데미안을 사이드킥으로 삼았을 때도 클락은 아이가 자경단 일을 하다 다치지나 않을까 우려했지만 리그오브어쌔신에서 훈련을 받고 자란 데미안은 수퍼맨의 조언을 콧방귀뀌며 무시했을 뿐더러 자신은 강하다 호언장담하는 말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클락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것도 노파심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댁 신변이나 조심하시죠, 외계인. 언젠가 어린 데미안이 이죽이던 말을 떠올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등 뒤로 예민하게 클락의 시선을 느끼고 있던 딕이 뾰족한 목소리로 쫑알거렸다.
 
 "클락, 벌써 지친 거예요? 아직 딸기 장식은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만 쉬고 있고."
 
 아이의 불평에 클락은 이크 하며 벌떡 일어나 커다란 손으로 깨끗하게 씻어둔 딸기 그릇을 쥐었다. 돈을 아낄 필요 없는 웨인가인만큼 딸기는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클락이 황급히 케이크 위에 딸기를 올려놓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이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클락을 불렀다.
 
 "아저씨, 잠시만요."
 "응?"
 
 허리를 숙이고 케이크를 장식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클락이 고개를 돌렸을 때, 딕은 까치발로 있는 대로 발돋움하며 클락의 목에 매달려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살짝 와닿은 입술이 열리며 자그마한 혀가 남자의 볼에 묻어있던 생크림을 훔치고 달아난다. 클락은 갑작스런 키스에 손을 멈추었다.
 
 클락의 뺨을 할짝이자마자 떨어진 딕은 시선을 떨군 채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꿍얼댔다.
 
 "그, 그냥 장난쳐본 거예요."
 
 변명하긴 했지만 도저히 부끄러움을 누를 수 없던 아이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쏙 뛰쳐나가버렸다. 십분이 지나도, 삼십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모습에 클락은 그제야 딕이 도망쳐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린애들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곤 하지만, 유독 딕에 한해서 클락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장난꾸러기인가 싶으면, 어느 한 순간 눈이 아플만큼 예뻐보이고, 뻔뻔한가 싶으면 또 금방 소녀처럼 수줍어 하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짤랑대는 고양이 목걸이 방울같은 모습에 클락은 아이에게서 도통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이의 보드라운 입술이 닿았던 볼이 간질거렸다. 클락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제 뺨을 감싸고 있었다.
 
 
 
 
 

 물을 마시러 식당에 들어왔다가 멍하니 서있는 클락의 모습을 발견한 팀은 식탁 위를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남의 집에 온 덩치 큰 손님 혼자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이 광경이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 추리해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닫으며 혼잣말처럼 태연히 중얼거렸다. 딕에게 예쁨받으시는 것까진 아무래도 좋지만, 그쪽에서 애를 예뻐해주시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팀의 말에 남자의 커다란 등이 굳었다.
 
 "하하, 신고할 거예요, 수퍼맨."
 
 흰 셔츠의 청년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을만큼 담담한 목소리로 덧붙인다.
 클락을 향해 예의바른 미소를 지어보인 팀은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고, 자리에 홀로 남은 클락은 침음성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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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

연반딕) Skyfall

2013.12.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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