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저딕) 뻘 잡담

2013.12.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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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며 현대에 사는 데미안이 수백년 전에 성에서 살던 딕의 영혼을 만나는 내용, 딕이 찾던 건 마을 사람들을 해치던 마녀, 마녀는 수백년 동안 살아온 팀 드레이크, 사실 잭 드레이크에겐 자식이 없었음







"이제 곧 할로윈이니까 무서운 이야기라도 해줄까?"

팀이 입을 열었음. 난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 드레이크. 데미안은 코웃음치며 새로 엄마가 재혼하며 생긴 형제 팀을 올려봄. 하지만 팀은 언제나처럼 어린 데미안을 무시하며 혼자 이야기를 시작함.

"우리 가족이 사는 이 낡은 호텔은 옛날에 옛날에 성이었어. 진짜 영주님이 사는 그런 고성말야. 영주님은 냉정하고 말수가 적었고 늘 혼자 고독했대. 그리고 그 영주님은 어느날 마녀에게 홀려 악마가 되어버렸다지. 주민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그래서 결국 화형을 당했대. 영주가 죽고나서 새로 칠한 회벽을 부숴보니 거기엔 수십명의 썩지 않은 시체가. 오늘처럼 비오는 밤에는 지금도 영주님의 영혼이 돌아다니며 희생자를 찾아 악마의 제물로 바친다지. 너처럼 어린 아이라면 더더욱 좋고."

"흥, 드레이크. 그런 케케묵은 이야기로 나를 두렵게 하려면 큰 착각이야. 좀 더 똑똑해지지 그래?" 

"겁주려고 한 게 아니라 나도 아버지께 어릴 적 들은 얘기야. 벌써 열한시야. 잘 자. 날 드레이크라 부르는 건 관두고. 너도 이제 드레이크니까. 촛불 켜두고 갈까?"

팀이 물어본 말에 데미안은 또 코웃음을 침. 

"됐으니까 어서 나가지 그래?"

귀여움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데미안의 말에 팀은 어깨를 으쓱임. 

"데미안, 밤엔 돌아다니지 말고 자. 손님이랑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구질구질해. 불꺼진 방에서 데미안은 천장을 보며 중얼거림. 짜증스러워 견딜 수 없었음. 소중한 어머니의 재혼도, 어머니의 재혼 상대 잭 드레이크가 운영하는 이 개인 호텔도, 현재 예일대 경영학과를 다니는 그 아들 팀 드레이크의 존재도.

자기자신도.
내가 좀 더 자란 남자였다면 어머니가 재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왜 난 아직 10살밖에 안 돼서. 둘이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어린 데미안은 자신의 무력함이 분했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아이는 한 팔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훔침. 데미안은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음.
아직도 이 낯선 방엔 익숙해지지 않았음. 예전엔 고풍스러운 클래식한 게 취향이었지만 이곳이 잭드레이크의 소유라는 것만으로도 데미안은 이 낡은 호텔이 싫었음. 어머니는 지금쯤 그남자와 같은 방에서 주무시겠지.

한동안 잠 못 이루던 데미안은 문득 팀의 당부가 떠오름. 최상층은 오너인 가족들이 사용하지만 그 아래층들은 관광객이나 손님들이 사용하니까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딴 것 알게 뭐람. 데미안은 바람 좀 쐬고 들어오기로 함. 안 그러면 못 잘 것 같아서.

복도는 어둑했지만 팀이 오지랖넓게 두고간 촛불을 들고 걸으니까 걷기 힘들진 않았음. 데미안은 계단을 걸어내려옴. 앞이 깜깜했지만 넘어지지도 않고 천천히. 그러다 발소리를 들었음. 가볍게 사부작대는 작은 발소리. 빠르게 뛰어다니는 소리를. 아무도 없는줄 알았던 복도에서 타인의 소리가 들리니 순간 등골이 섬칫했지만 데미안은 워낙 겁이 없는 아이라 호기심을 느끼고 이리저리 멀어지는 작은 발소리를 쫓아 뛰었음. 어린애 웃음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음.

호텔의 손님들이 깨든 말든 데미안은 뜀. 한참 뛰다가도 데미안은 몇번이고 발소리를 놓침. 하지만 동물같은 민첩함으로 아슬아슬하게 쫓았음.

웃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림. 데미안은 약이 올라서 코너를 확 돌며 손을 확 뻗었음. 그리고 거기엔 노랑 망토를 입은 소년이 깜짝 놀란 채 서있었음.

"넌 뭐야?"

데미안이 날카롭게 묻자 노랑 망토에 녹색 아이마스크를 쓴 이상한 무대 공연 의상의 아이가 당황한 얼굴로 손을 확 뻗어 데미안의 입을 틀어막음. 

"쉿, 조용히 해."

데미안은 아이의 손을 떨치려고 했지만 걘 몸은 마른 주제에 힘이 참 셌음.

"조용히 해줄 거지? 난 로빈이야."

아이가 손을 떼며 숨죽여 자신을 소개함. 

"난 데미안."

데미안은 퉁명스레 또래의 소년을 봄. 저런 비리비리한 녀석이 자기보다 힘센 게 자존심 상하지만 호기심이 먼저였음. 

"넌 뭔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

데미가 물어봄. 

"나는 사실 이곳에 지내는 사람 하나를 조사하러 왔어. 범죄와 연루되었다는 의심이 있거든."

로빈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함. 

"네가 뭐길래?"

데미안이 퉁명스레 묻자 로빈의 눈이 커짐. 

"세상에. 넌 어떻게 배트맨과 로빈을 몰라??"

바보를 보는 듯한 시선에 데미안은 순간 자존심이 좀 상했음. 데미안이 고담에 살게된 건 한 달도 안 된 기간인데. 그러고보니 아침 식사 시간에 팀이 그 아버지랑 시사면을 읽으며 배트맨 어쩌구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로빈은 자신이 자경단원임을 말해줌. 

"자경단원? 그런 쓸데없는 걸 왜하는 거야. 바보냐?"

시니컬한 질문에 로빈은 뾰로퉁한 얼굴을 하는 대신 방긋 웃었음.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정의를 위해서 싸우기로 나는 맹세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아. 그보다 넌 위험하니까 이만 돌아가렴."

배트맨과 자신이 뒤쫓는 살인마는 위험하니까 돌아가라고 로빈이 말하자 데미안은 자존심이 상했음. 

"넌 나랑 또래잖아."

"그야 난 훈련받았지만 넌 안받았으니까."

딕의 말에 데미안은 잠시 입을 다무는가 싶더니 심술궂게 씩 웃음. 

"날 두고 가면 소리질러서 다 깨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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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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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난 딕을 좋아해.”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 말은 울 것 같은 목소리도,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남자는 제법 예민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말이 여느 때와 같은 친애 표시의 일종인 줄로만 알았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생은 평소에도 제 친구랑 마이클론보이니 마이로빈같은 낯간지러운 호칭으로 서로를 불러댈 만큼 (만약 어느날 팀이 슈퍼보이의 손을 잡고 웨인저에 들어와 결혼하겠다고 공언해도 경악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알프레드와 미리 말을 맞춰둔 적도 있었다) 여느 사내애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딕이 보기에 팀은 대범하고 자신감 가득한 성격 일면에 조금쯤 소녀스러운 구석-딕이 지금까지 만나온 수많은 주변 여성들 중에도 소녀스럽다는 표현을 붙일 사람은 없었다-이 있었기 때문에 그날 팀의 고백은 단번에 본뜻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딕이 웃으며 대답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나도 네가 좋아.”
 하지만 팀은 여상스럽고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한 번 저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냐.”
 담담하지만 열띤 푸른 눈동자에 딕은 순간 가슴이 덜컥하며 현재 상황을 기민하게 알아챘다. 지금껏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지만, 팀은 지금 자신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팀은 침착했고, 여느때보다 점잖았다. 또 그렇게 보이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을 믿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리한 동생으로 보는 연상의 성인에게 한 사람의 당당한 개체로 보이는 덴 많은 허세와 용기가 필요했다. 팀은 더욱 허리를 꼿꼿하게 펴며 딕의 눈과 시선을 맞췄다. 딕은 부드러운 미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점을 놓치기엔 소년의 관찰력이 너무 뛰어났다.
 많이 놀랐나 보네. 지금껏 충분히 티가 났다곤 생각하는데 팀의 태연함을 가장하는 연기력은 본인 평가보다 뛰어난 모양이었다.
 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꼭 지금 대답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사귀어달라는 의미로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알고 있었으면 해서 말한 거니까. 만약 부담스럽다면-”
 “아냐, 부담스러운 게.”
 혹시나 팀이 상처입을까봐 딕이 빠르게 대답했다. 딕이 그리 넓지 않은 제 울타리 속 사람에게 유독 너그럽단 것을 팀은 잘 알았다. 그 바운더리 안에 들어와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니까. 예상대로였고, 팀은 딕이 자신을 받아주진 받아주진 못할 망정 혹시 호모포비아라고 해도 팀을 꺼려하지 못하리란 것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팀은 지금처럼 고백한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었다. 희망적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희박한 가능성으로 자신을 받아준다면 그것으로 좋고, 거절한다고 해도 수많은 전애인들과 조금의 껄끄러움도 없이 얼마나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는지 알기 때문에 별 걱정 없었다. 방금 한 말대로 팀은 그저 딕이 알아주기만을 바랐다. 눈앞의 소년이 자신을 상대로 가슴 뛴다는 것을. 어떤 타산적인 욕심도 없이 그저 그것뿐이었다.
 “응, 알아.”
 “난 전혀 몰랐어. 네가 날...”
 “그것도 알아.”
 평소같은 팀의 표정에 딕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넌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난 로빈이잖아. 태연한 대답에 딕이 혀를 내둘렀다.
 “그럼 난 루시우스씨와 약속이 있어 가볼게.”
 바로 돌아서는 팀의 모습에 딕은 황당함을 느꼈다. 보통 녀석이 아닌 건 알았지만 풋풋한 십대 남자애 주제에 방금 고백해놓고 저 정도로 태연하게 구는 게 가능해? 하지만 딕은 곧바로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는 팀의 귀를 발견해버렸다. 귀여운 녀석. 아마 빨리 자리를 뜨기 위해 일부러 빠듯하게 약속 시간을 잡아 두었을 것이다. 갑작스레 기분이 유쾌해진 딕은 팀의 뒤를 따라 빨리 걸으며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대답도 안 듣고?”
 “딕... 나 지금 늦을 것 같아.....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난 대답을 들으려고 고백한 게 아니-”
 “됐고 얼른 다녀오기나 해라. 갔다오면 말해줄게.”
 팀은 고개를 끄덕였다. 흰 목덜미도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팀은 딕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후에 이때의 순간에 대해 몇 십 번이고 몇 백 번이고 끊임없이 되새겨 생각할 수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때 만약 폭스와의 약속에 늦더라도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만약 딕에게 대답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럼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을까. 하지만 출제자가 사라진 문제의 정답은 영영 알 수 없는 법이었다.





02


 안녕, 딕? 나야.
 오늘은 하루 종일 쉴 틈도 없이 바빴어. 회사에서 직업박람회를 열었고 회장 대리로서 거기 잠시 들렀는데, 박람회장에 미스터 프리즈가 난입해서 사람들을 공격했거든. 난 그때 허벅지만 조금 얼었는데 레슬리에게 금방 치료받은 덕분에 문제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때 미스터 프리즈와 싸운 것은 '로빈'이야. 내가 아닌 다른 로빈.
 이렇게 이야기하면 딕은 놀라겠네. 딕이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브루스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형도 몰랐을 것 같네. 탈리아 헤드가 브루스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나봐. 벌써 열 살이래. 오랫동안 감추고 있던 거지. 확실히 하기 위해 친자확인 검사도 해봤는데 맞아. 걘 리그오브어쌔신에서 자랐는데 처음엔 나를 죽이려 들었고, 그리 유쾌하지 못한 과정을 거쳐 로빈 자리에서 나온 난 독립했어. 원래는 아예 웨인저를 떠날 생각이었는데 브루스가 죽은 것처럼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로빈'과 함께 고담을 지켰지. 브루스가 돌아온 지금은 다시 혼자야. 
 오늘 로빈이 나보고 웨인저택에 돌아오라고 했어. 얘기 안했던가. 나 지금은 따로 아지트를 만들어 나와서 살고있거든. 아무튼 걘 나보고 형을 포기하라고 했어. 이미 죽은 녀석에게 집착하지 말라더라. 순간 정말 화가 나서 그녀석에게 무슨 짓이든 해버릴뻔 했는데 브루스가 먼저 화내줬어. 
 아무도 나에게 딕 그레이슨을 포기하라고 할 순 없어. 감히, 어떻게... 지금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나라고 단언할 수 있어. 다들 네가 죽었다고 하지만 난 딕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
 딕, 너는 어디 있는 거야? 
 보고싶어.


 나이트윙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둑한 CCTV 속에만 그의 모습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뱃케이브에 홀로 서있던 나이트윙, 그런 그의 뒤로 커다란 흰 손이 나타났다. 희게 빛날 것처럼 새하얀 손은 나이트윙의 목을 잡고 확 잡아끌어 끝없는 어둠속으로 추락시켰다. 어떠한 징조도 없이 그저 나타난 흰 손이 딕을 잡아챘을 때 그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충분히 단련된 성인 남자였는데도 헝겊인형처럼 힘없이 끌려가 동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후 뱃케이브 바닥을 대대적으로 수색했지만 배트맨들은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심지어 슈퍼맨조차 고개를 저었고, 그 흰 손에 어떤 마법적인 능력이 깃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자타나도 아무런 소득없이 돌아갔다. 세계 최고의 탐정 배트맨도 흰 손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고, 그의 첫번째 아이 딕 그레이슨의 자취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런 소득 없는 조사 끝에 결론이 나는데 삼년이 흘렀다. 

 딕 그레이슨 26세 사망. 
 그리고 팀 드레이크는 유일하게 딕의 생존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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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화 로키도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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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반딕) Sky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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